“엄마가 차려주신 음식을 먹으면 항상 생각하죠. 우리 가족만 맛있는 음식을 먹기에는 울 엄마의 요리 솜씨가 너무 아까운 것 같아요”.
그래서 엄마에게 음식점 창업을 권유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무작정 식당부터 오픈하는 것 보다는 울 엄마에게는 음식을 맛나게 하는 솜씨가 있으니 식당 창업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전문가로부터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고 시작하고자 부산과 대전을 오가며 연구하던 중 엄마가 계신 곳에서 지척에 있는 우송정보대학의 창업교육 프로그램에 엄마와 함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친정엄마와 함께 수업을 듣는 것은 출가한 딸로서는 정말 매력적인 일이었습니다. 세상 모든 엄마들이 아들자식부터 챙길 때 늘 저에게는 응원군이었고, 딸 예찬론을 펼친 울 엄마는 평생을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는 분이라고 자부합니다. ‘엄마가 되어야 엄마를 이해한다’ 사실 시집가기 전에는 몰랐던 마음이었지요. 그렇게 친정엄마를 통해 엄마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던 창업교육 프로그램이 끝나갈 무렵 저는 다시 친정엄마를 설득하여 조리에 대한 교육을 더 받아보자고 졸랐습니다. 사실 교육보다는 친정엄마와의 시간을 더 갖고 싶은 마음에 염불보단 잿밥으로 시작했지만 마스터셰프라는 명칭과 조리복 입은 저와 엄마의 모습이 너무 멋지고 자랑스럽고 행복한 시간들의 연속입니다.
대학입학이라는 것이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친정엄마는 “내가 나이도 많은데 이제 와서 무슨 대학이니...”하시며 한사코 거절하시는 것을 몇 번이고 설득을 드려 친정엄마와 동반입학이라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입학해서 안 사실이지만 연세가 80세가 되신 분들도 학교를 다니시는데 한번 결석도 없이 열정적인 모습에 그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입학을 하게 되고 3개월이 지난 요즘은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친정엄마를 만나러 오는 시간이 마냥 행복합니다.
시집가기 전에 저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쁜 직장 생활에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결코 많지 않았는데 이렇듯 대학에 다시 진학하여 친정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허락한 남편에게도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 아이가 어려 엄마의 손길이 지극히 필요한데도 하루 종일 실습교육을 받아야 하는 조리 교육과정을 이해해 주고 토요일 육아를 책임져 주겠다는 남편의 약속에 힘이나 더욱 열심히 학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9일 친정엄마와 저는 그동안 대학에서 배우고 갈고닦은 조리 실력을 가지고 교수님의 지도아래 ‘2024 대한민국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에 약선요리를 선보여 특화요리 전시부문 금메달을 수상하였습니다. 금메달 수상자로 호명되는 순간 기뻐하는 친정엄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부산에서 오는 딸을 위해서 손수 재료를 준비하시고 연잎을 씻고 쌀을 불리고 아직은 초보수준이지만 지도교수님의 조언을 받아서 만들어 낸 약선요리는 당장이라도 식당 메뉴로 적합하다는 심사위원들의 평을 받았습니다.
저는 친정엄마를 통해 제 인생을 봅니다. 모든 엄마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자신의 삶보다는 아이가 최우선 되어 자신의 인생은 없어진다고들 얘기하지만 저는 이렇듯 친정엄마와 함께하는 대학생활을 통하여 엄마의 꿈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엄마도 분명 꿈이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과는 분명 달랐을 엄마만의 꿈을 위해 우리 모녀는 오늘도 조리복을 입고 대학으로 갑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꿈인 나만의 멋진 조리공간을 꿈꿔봅니다.
출처 : 대전투데이(http://www.daejeontoday.com)